$100 노트북, OLPC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2008. 1. 9. 18:21
Articles/Korean
* OLPC 프로젝트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관련된 자세한 내용들은 서명덕 기자님의 블로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본 기사의 내용에는 미 CBS방송의 뉴스매거진인 "60 Minutes"의 OLPC 편이 많이 인용되었습니다. 이하 링크를 클릭하시면 방영된 프로그램을 직접 보실 수 있습니다. CBS 60 minutes - What If Every Child Had A Laptop? 또한 이하 포함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CBS에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네그로폰티 교수가 설립한 캄보디아의 학교와 노트북으로 공부하는 어린이>
1. OLPC(One Laptop Per Child) 사업의 시작
니콜라스 네그로폰티(Nicholas Negroponte) MIT교수가 OLPC사업을 처음 떠올리게 된 계기는 1999년 그가 캄보디아의 렉스마이(Reaksmy)라는 작은 오지 마을에 학교를 설립하고부터이다. 그는 전기도 전화도 TV도 없는 이 마을의 학교에 동력발전기와 위성안테나를 설치하고 아이들 교육에 사용할 노트북 컴퓨터들을 제공하였다. 그리고 그는 전기, 전자 장치라고는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아이들이 컴퓨터에 놀랄만한 속도로 익숙해지고 이를 통해 학습하는 모습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 방송중 인터뷰에 따르면 그 마을 아이들이 처음 배운 영어 단어가 Google이며 컴퓨터가 보급된 이후 그 전년도보다 50%나 많은 아이들이 1학년에 새로 등록하였다고 한다. 그는 이 학교의 자선 사업을 통해 컴퓨터의 보급이 선진국과 저개발국가 사이의 절대적인 교육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착안을 한 것이다. 이러한 발상으로 그는 OLPC 재단을 설립하고 MIT출신의 기술진을 모아 현재 "XO"라는 제품명이 붙은 OLPC의 시제품을 만들어내게 된다.
<전기가 없어 촛불을 켜는 마을의 어른들에게 노트북은 그야 말로 문화충격이지만,
아이들에겐 너무도 자연스러운 놀잇감이다.>
2. 강력한 경쟁자 인텔의 대두
네그로폰티 교수와 인텔과의 관계는 OLPC의 시작 단계부터 좋지 않았다. CBS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밝힌 바에 따르면 그가 처음 인텔에 OLPC 사업을 소개하겼을 때 인텔의 크레이그 배럿(Craig Barret) 상임이사(Chairman of Board)는 이를 일컬어 "쓸 데 없다."("a gadget")며 거절했다고 한다. 이러한 인텔의 거절은 XO가 AMD의 CPU를 사용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 편 인텔은 OLPC 사업을 통해 저개발 국가들의 국책 교육사업과 10억 이상의 수요를 지닌 그 시장규모에 눈을 뜨고 자사의 CPU를 탑재한 저가형 노트북인 "클래스메이트"(Classmate)를 개발 판매하게 된다.
네그로폰티 교수가 비영리 자선사업의 목적으로 OLPC 재단을 설립한 반면에 인텔의 경우는 어디까지나 이윤추구가 목적인 기업이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자선재단에 대한 인텔의 공격적 마케팅으로 이어졌다. 나이지리아 정부측에 인텔이 보낸 공문서에는 OLPC 컴퓨터의 단점들과 더불어 클래스메이트와 OLPC의 사양 비교를 통해 인텔 제품의 우수성을 피력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동 프로그램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따르면 크레이그 배럿(우측 사진 인물)은 이 문서에 대해 "경쟁 제품에 대해 비교하는 것은 우리 제품이 시장에 제공되는 또다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며, 그것이 우리 사업의 방식이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인텔에 대한 네그로폰티 교수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MIT에서 열린 강연에서 네그로폰티 교수는 인텔이 자선단체인 OLPC재단을 시장에서 몰아내기 위해 자사 제품인 클래스메이트를 원가 이하에 덤핑판매하고 있다고 말하였으며, 이에 대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Intel should be ashamed of itself.)고 하였다.
참고로 CBS에서 OLPC편이 방영된 것은 2007년 5월 20일로 그 해 7월 인텔이 OLPC재단에 참여하게 된 것은 OLPC에 대한 CBS의 방송 이후이다. 실제로 인텔은 OLPC 재단에 참여하는 도중에도 클래스메이트의 판매를 계속 하였으며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 북미지역에 대한 XO의 기부식 판매가 이루어진 이후, 지난 1월 4일부로 OLPC 재단에서 탈퇴하였다. 이는 OLPC와 인텔이 본격적으로 경쟁상태에 돌입하였음을 의미한다.
3. 네그로폰티 교수가 제시하는 OLPC의 조건
일반 PC 사용자들의 입장에서 보는 저가 교육용 노트북과 네그로폰티 교수가 생각하는 노트북에는 몇가지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점은 XO의 특징이 되어 제품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네그로폰티 교수가 생각하는 OLPC란 무엇보다 저개발 국가들의 제약된 환경에 최적화된 것이다. 그 요소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전기가 없는 곳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가 학교를 설립한 캄보디아의 마을처럼 발전기와 전선은 물론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수단이 하나도 없는 곳에서조차 사용할 수 있어야 비로소 저개발 국가들의 어린이 교육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XO는 손으로 작은 크랭크를 돌려서 충전하거나 줄을 당겨 충전하는 샐러드 스피너 방식의 수동 충전장치를 지원하고 있다. 1~2분 충전으로 20분 남짓 사용이 가능한 전력을 얻을 수 있으며 1회 완충에 10~12시간 가량 무거운 작업이 가능하다.
<샐러드 스피너. 줄을 잡아당기면 기계 안의 코일이 회전하면서 전류가 발생하는 원리.>
둘째로, 완전 방수여야 한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제품인데다 저개발 국가에서는 수리 여건도 마땅치 않다는 점을 들어 실수로 물을 쏟는 등의 사고를 대비하여 완전 방수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네그로폰티 교수에 의하면 XO는 비를 맞거나 욕조에 빠뜨리는 것은 물론 모래바람과 먼지에 강하다고 한다.
<방수 키보드와 일반 펜으로도 입력이 되는 터치패드>
셋째로, 햇볕 아래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야 한다. 저개발 국가 중에서 학교 시설이 제대로 구비되어있지 않은 곳은 너무나도 많고, 심지어 교사가 서 있을 나무조차 변변치 않은 국가들도 많기 때문에 아이들이 내리쬐는 햇볕 아래에서도 액정화면을 보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XO의 디스플레이는 맑은 날 햇볕 아래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야외 사용중인 XO>
넷째로, 보다 강한 네트워크 기능이 필요하다. 무선 인터넷 여건이 열악한 국가에서 보다 원활하게 서버를 통한 브로드밴드 접속이 가능하도록 XO는 '귀'모양을 하고 있는 두 개의 무선 안테나를 갖고 있다. 이는 일반 노트북의 2~3배 더 먼 거리의 무선 인터넷 송수신을 지원한다.
다섯째로, 도난 방지 기능이다. 혹시 도둑맞았을 경우 XO는 24시간 이내에 모든 작동이 정지한다고 한다. 네그로폰티 교수는 보안 기능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말하는데, 비프로스트(Bifrost)라 불리는 이 보안 시스템의 작동 원리는 다음과 같다.
4. 성공 전망은?
인텔과 아수스가 비슷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OLPC 프로젝트는 경쟁에 놓이게 되었다. 그러나 정부의 교육사업에서 갖는 경쟁력이란 결국 '가격'에 존재한다. 따라서 OLPC의 진정한 성공여부는 현재 $199라는 개당 가격을 $100까지 낮추는 데에 성공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OLPC 사업에 참여하는 부품 및 조립 기업들이 손해를 보면서 제품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원가 절감에 저항선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된다. 제품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오지의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특화된 XO가 저가, 소형화된 노트북 수준의 경쟁 제품들보다 나은 성능은 물론 보급 가능한 국가들의 범위까지 더 넓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화 역시 분명히 XO의 개발단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또한 어려움을 갖고 있다. OLPC 재단의 궁극적 폭표는 학교와 선생님조차 없는 아이들에게 이를 대신할 교육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르쳐주는 이가 없는 아이들에게 주어진 노트북이 얼마나 큰 교육효과를 발휘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의문을 피해갈 수 없다. 또한 인텔의 클래스메이트가 최소 학교와 전기시설은 갖춘 국가들을 타겟 마켓으로 하고 있는 반면에 열악한 환경까지 감수하고자 하는 XO의 목표는 앞서 말한 전력부터 보안에 이르는 문제들을 해결한 기능을 필요로 하고 이는 다시 제품의 개발단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경쟁이라는 점이다.
5. 맺으며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OLPC가 반드시 성공하기를 바란다. 뻔한 이야기이지만, 비록 태어난 국가의 교육환경이 열악하지만 컴퓨터, 특히 인터넷을 통하여 아이들은 선진국의 정보를 흡수하며 성장할 것이고 그 정보가 결국은 그 아이들과 환경적 혜택을 받고 자란 선진국 아이들과의 격차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작게는 한 개인의 성장에서 한 국가의 발전상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 북미 판매로 얻은 수익을 통해 니콜라스 네그로폰티 교수의 꿈은 첫 실현을 눈 앞에 두게 되었다. 그의 꿈이 실현되어, 경제 격차는 있을지라도 정보 격차는 줄어든 21세기의 국제사회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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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OLPC(One Laptop Per Child) 사업의 시작


아이들에겐 너무도 자연스러운 놀잇감이다.>
2. 강력한 경쟁자 인텔의 대두


참고로 CBS에서 OLPC편이 방영된 것은 2007년 5월 20일로 그 해 7월 인텔이 OLPC재단에 참여하게 된 것은 OLPC에 대한 CBS의 방송 이후이다. 실제로 인텔은 OLPC 재단에 참여하는 도중에도 클래스메이트의 판매를 계속 하였으며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 북미지역에 대한 XO의 기부식 판매가 이루어진 이후, 지난 1월 4일부로 OLPC 재단에서 탈퇴하였다. 이는 OLPC와 인텔이 본격적으로 경쟁상태에 돌입하였음을 의미한다.
3. 네그로폰티 교수가 제시하는 OLPC의 조건
일반 PC 사용자들의 입장에서 보는 저가 교육용 노트북과 네그로폰티 교수가 생각하는 노트북에는 몇가지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점은 XO의 특징이 되어 제품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네그로폰티 교수가 생각하는 OLPC란 무엇보다 저개발 국가들의 제약된 환경에 최적화된 것이다. 그 요소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전기가 없는 곳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가 학교를 설립한 캄보디아의 마을처럼 발전기와 전선은 물론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수단이 하나도 없는 곳에서조차 사용할 수 있어야 비로소 저개발 국가들의 어린이 교육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XO는 손으로 작은 크랭크를 돌려서 충전하거나 줄을 당겨 충전하는 샐러드 스피너 방식의 수동 충전장치를 지원하고 있다. 1~2분 충전으로 20분 남짓 사용이 가능한 전력을 얻을 수 있으며 1회 완충에 10~12시간 가량 무거운 작업이 가능하다.

둘째로, 완전 방수여야 한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제품인데다 저개발 국가에서는 수리 여건도 마땅치 않다는 점을 들어 실수로 물을 쏟는 등의 사고를 대비하여 완전 방수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네그로폰티 교수에 의하면 XO는 비를 맞거나 욕조에 빠뜨리는 것은 물론 모래바람과 먼지에 강하다고 한다.

셋째로, 햇볕 아래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야 한다. 저개발 국가 중에서 학교 시설이 제대로 구비되어있지 않은 곳은 너무나도 많고, 심지어 교사가 서 있을 나무조차 변변치 않은 국가들도 많기 때문에 아이들이 내리쬐는 햇볕 아래에서도 액정화면을 보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XO의 디스플레이는 맑은 날 햇볕 아래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넷째로, 보다 강한 네트워크 기능이 필요하다. 무선 인터넷 여건이 열악한 국가에서 보다 원활하게 서버를 통한 브로드밴드 접속이 가능하도록 XO는 '귀'모양을 하고 있는 두 개의 무선 안테나를 갖고 있다. 이는 일반 노트북의 2~3배 더 먼 거리의 무선 인터넷 송수신을 지원한다.
다섯째로, 도난 방지 기능이다. 혹시 도둑맞았을 경우 XO는 24시간 이내에 모든 작동이 정지한다고 한다. 네그로폰티 교수는 보안 기능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말하는데, 비프로스트(Bifrost)라 불리는 이 보안 시스템의 작동 원리는 다음과 같다.
4. 성공 전망은?
인텔과 아수스가 비슷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OLPC 프로젝트는 경쟁에 놓이게 되었다. 그러나 정부의 교육사업에서 갖는 경쟁력이란 결국 '가격'에 존재한다. 따라서 OLPC의 진정한 성공여부는 현재 $199라는 개당 가격을 $100까지 낮추는 데에 성공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OLPC 사업에 참여하는 부품 및 조립 기업들이 손해를 보면서 제품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원가 절감에 저항선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된다. 제품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오지의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특화된 XO가 저가, 소형화된 노트북 수준의 경쟁 제품들보다 나은 성능은 물론 보급 가능한 국가들의 범위까지 더 넓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화 역시 분명히 XO의 개발단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또한 어려움을 갖고 있다. OLPC 재단의 궁극적 폭표는 학교와 선생님조차 없는 아이들에게 이를 대신할 교육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르쳐주는 이가 없는 아이들에게 주어진 노트북이 얼마나 큰 교육효과를 발휘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의문을 피해갈 수 없다. 또한 인텔의 클래스메이트가 최소 학교와 전기시설은 갖춘 국가들을 타겟 마켓으로 하고 있는 반면에 열악한 환경까지 감수하고자 하는 XO의 목표는 앞서 말한 전력부터 보안에 이르는 문제들을 해결한 기능을 필요로 하고 이는 다시 제품의 개발단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경쟁이라는 점이다.
5. 맺으며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OLPC가 반드시 성공하기를 바란다. 뻔한 이야기이지만, 비록 태어난 국가의 교육환경이 열악하지만 컴퓨터, 특히 인터넷을 통하여 아이들은 선진국의 정보를 흡수하며 성장할 것이고 그 정보가 결국은 그 아이들과 환경적 혜택을 받고 자란 선진국 아이들과의 격차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작게는 한 개인의 성장에서 한 국가의 발전상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 북미 판매로 얻은 수익을 통해 니콜라스 네그로폰티 교수의 꿈은 첫 실현을 눈 앞에 두게 되었다. 그의 꿈이 실현되어, 경제 격차는 있을지라도 정보 격차는 줄어든 21세기의 국제사회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