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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는 만큼 행복이 커지는 가족의 심리학

얼룩꼬마 2006. 5. 14. 09:48
1. 글머리에

모든 부모는 자기 아이를 사랑한다.’
‘모든 아이는 자기 부모를 사랑한다.’
‘하지만, 모든 가족이 행복하지는 않다.’

  의 첫 머리를 여는 말이다. 가족. 역사라는 형태를 통해 사람의 살아가는 모습에 대한 기록이 남기 이전부터 사람이 태어나고 살고 죽어가는 모든 생사명멸의 과정에는 그것을 지켜보고 함께하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가족이라는 관계를 구성하고 있는 혈연은 다른 관계와 달리 태생과 동반되는 천부적인 것이기에 사람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사람이 바로 가족이고 가장 먼저 겪게 되는 사회가 바로 가족이다. 때문에 사람은 성장의 과정 속에서 가족 관계를 첫 걸음으로 하여 조금씩 더 넓은 사회와의 어우러짐을 배워나간다. 그러나 사람이 서로 부대끼고 어우러지면서 살아가는 속에는 즐거움이 있는 한 편으로는 반목하고 감정 상하는 어려움도 끊이지 않는 법이다. 그리고 그러한 어우러짐의 시작이 바로 가족이기에 가장 친밀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의 삶이란 것 역시 언제나 행복한 것 또한 아니다. 따지고 보면 행복과 불행이라는 것은 서로 대립하면서도 상대가 있음으로써 가치가 부각되는 관계이기 때문에 가족이라는 집단의 구성원들은 행복하면 행복할수록 더욱 불행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 속에서 살아간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한 삶 속에서 사람들이 가족에 대한 문제를 인식한 것 또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가족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기 시작했을 때와 역사를 같이 했을 것이다. 사실 윤리와 사상이라는 것이 사회 집단에 영향을 주는 불행을 막기 위한 계몽적 필요에 의해 존재하는 것임을 상기해보면 공맹(孔孟)이 효도와 우애를 논한 2500여 년 전의 가족상이 항상 순탄하지만은 않았을 것임을 짐작해볼 수 있으며, 하물며 더욱 오래된 기록으로, 약 4000여 년 전 함무라비 대왕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고대 수메르의 돌기둥 법전에 ‘부자(父子)간의 연을 공식적으로 끊기 위해 거쳐야 할 법적 절차’가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면 가족 내의 불행이라는 것이 단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오늘날 시대가 바뀌면서 점점 빨라지는 사회 변화에 따라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인식이나 역할이 그에 맞추어 급속히 변하게 되었다. 게다가 가족의 형태 또한 대형 혈연 집단에서 핵가족화의 규모 변화를 거쳐 한 부모 가정이나 동성 부부로 구성된 가족에 이르기까지 형태가 전에 없이 세분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의 서로에 대한 역할 인식이 그에 맞추어 변하지 못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의 가족과 연관된 문제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중요한 원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토니 험프리스는 오랜 기간의 상담 경험과 심리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을 통하여 지금 우리가 가족으로서의 삶 안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는지, 그리고 가장 전통적인 분쟁의 원인들로부터 현대사회의 특징적인 여러 문제들의 원인과 해결책, 그리고 더 큰 문제의 ‘예방책’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결혼을 앞둔 이들,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청년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짊어진 무거운 정서적 부담 때문에 나무는 보되 숲을 보지 못하는 부모들을 위해.


2. 가족의 출발점은 부모

‘나는 인간을 믿는다. 누구나 남을 위해 선한 일을 할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이 있다. 누구나 행복한 가족을 만드는 건축가가 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런 사실을 모르고 살아간다. 건강한 인간관계를 만드는 지혜와 기술을 익힐 기회도 없고, 또 도움 받을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살아간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첫 장을 열면서 저자는 삶의 출발점으로서의 가족의 중요성과 가족 환경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원인인 가족 구성원의 성숙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사실 가족의 성숙도라는 것이 대화나 행동 등 서로 영향을 줄 수 있는 형태로 표현되고 또 상대의 행동을 받아들이는 마음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하면 그것은 결국 바람직한 가족관계 또한 모든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개개인의 인격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그런 가족 구성원의 인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부모이며, 때문에 집안을 이끌어나가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건축가’로서의 부모의 역할임을 말한다. 이것이 곧 책의 전반을 꿰뚫는 가장 큰 줄기가 된다. 저자가 건강한 인간관계를 만드는 데 필요한 지혜와 기회를 중요시 여기는 것 또한 그러한 까닭이다. 책 내용에서 볼 수 있는 ‘한 명의 부모의 인성교육을 위해 투자한 5만원의 돈은 그 자녀에게서 벌어질 수 있는 문제로 인한 비용인 25만원을 절감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는 말은 가족에서 부모가 가지는 영향력이 어떠한 것인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예라고 볼 수 있겠다.

  책의 내용 중에서 ‘지난 30년 동안 고통을 겪는 가족을 수없이 상담했지만, 아이나 배우자를 해코지 하려고 하는 사람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라는 말은 부모가 가족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결코 부모의 의도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부모가 자신이 원하지 않더라도 모르는 사이에 자녀 혹은 배우자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으로, 그것은 곧 자신의 행동과 그 의미에 대해 스스로가 충분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은 일이라 할지라도 부모에게는 그에 맞는 책임이 주어진다. 따라서 일련의 문제들을 예방하기 위해서 저자는 부모에게 무엇보다도 먼저 자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요구하는 것이다. 자기 혼자만의 삶뿐 아니라 배우자와 자녀의 삶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부모에게 있어서 ‘모르는 것’은 결코 넘어갈 수 없는 잘못이다. 특히 부모가 다른 가족에게 미치는 악영향의 많은 부분이 그 자신이 부모에게서 받았던 것을 그대로 답습한다는 점을 통하여 가족문제가 끊이지 않고 대를 이어가는 악순환임을 말해준다.

「성공한 건축가가 되려면 부모는 먼저 자기 내면의 건물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부모는 자신이 도달한 깨달음의 수준까지만 아이를 이끌어줄 수 있다.」

「무지하고 눈먼 사람이 자기 배우자는 물론 우리 사회의 앞날인 아이들의 운명을 망쳐놓는 모습을 너무나 많이 목격한다. 그러한 무지함은 반드시 깨져야 한다. 눈먼 폭력의 희생양들은 커서 또다시 눈먼 가해자가 된다. 그런 아이들은 커가면서 다른 사람이나 재물에 해를 입히고 결국 자신의 삶까지 스스로 파괴하고 만다. 이렇게 슬프고도 걷잡을 수 없는 굴레는 대를 이어 계속된다. 따라서 무지의 굴레는 바로 당신이 끊어야 한다.」

  이것은 낳고 키우기에 앞서 부모에게 요구되는 조건이다. 종족 번식의 필요만을 충당하는 원시적 사회 속의 부모라면 단순히 낳고 키우는 것으로 그 책임을 다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현대 사회에서의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돌보아야 한다. 그리고 자녀의 자아 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부모의 행동이기 때문에 모범적인 역할을 위해서라도 부모가 먼저 성숙하고 균형 잡힌 ‘어른’이 될 것을 요구한다. 이에 따르는 내용들을 간단히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부모가 되기 전에 우선 부모가 될 준비가 되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타인을 사랑하기 이전에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자녀에게도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는 소유물이 아니며 부모로서의 모든 책임을 아무 조건 없이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 중 어느 한쪽이 심리적 문제가 있는 상태로 아이를 가져서는 안 된다.」

「자녀의 균형 잡힌 자아발전을 위해 부모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균형 있게 갖추어야 한다.」

  특히 여성성과 남성성의 균형이 잡힌 환경을 제공함에 있어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아버지와 어머니가 같이 살며 보살펴주는 가정이 아니라 누구든 성숙하고 균형 잡힌 ‘어른’ 한 사람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이야기가 ‘겉모습만 어른’인 부모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3. 관계 안에서의 문제

‘행복한 가족의 행복은 모두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불행한 가족의 불행은 모두 제각각이다.’
- 레오 톨스토이(Leo Tolstoy)

  가족이라는 것이 조건부로 결정되는 관계라고 말한다면 이에 동의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일할 사람이 필요해서 아이를 낳아 키운다거나 자녀에 대한 정성의 대가는 편안한 노후의 보장이라는 말은 특히나 한국 사회를 냉정한 시각으로 바라보면 매우 현실적인 것이지만 감정적으로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부모가 자신을, 그리고 자신이 자신의 자녀를 아무런 조건 없이 오직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으로 키우고 있다고 믿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러한 순수한 소망이 다른 면에서는 문제를 일으키는 커다란 착각일 수도 있다. 저자는 ‘가족이라는 관계를 인정하는 대가로 희생을 요구하는 것’ 이야 말로 실제 불행으로 뒤틀린 가족상의 전형이라고 한다. 물론 그 조건을 설정하는 사람은 부모다.

「언제든 조건에 맞지 않으면 사랑을 거둬들이는 것은 물론,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위협이 늘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가족은 상대방의 비위를 맞추고 눈 밖에 벗어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따라서 이들 가족에게는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보이지 않는 불안이 감돈다. 세상에 그런 가족이 어디 있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착한 아이가 되어라.’ 라고 늘 되뇌는 부모가 많은데, 그것이 바로 가족이 내세우는 ‘사랑의 조건’ 이다. 그런 가족의 아이들은 사소한 잘못이라도 저지를까봐 늘 초조해하고 정서적으로 불안하다.」

  이것은 아이가 스스로 일어설 힘을 ‘사랑받기 위해’ 스스로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청소년기를 지나 법적으로 성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을 자신의 뜻으로 결정조차 내리지 못하는 것이 진정으로 부모가 원하는 자녀의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항상 끌려 다니는 사람, 남의 눈치를 보는 사람, 혹시나 자신의 행동 때문에 남에게 미움 받게 되지는 않을지 지레 겁먹어서 ‘방어’를 위해 항상 수동적인 태도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사람. 그와는 반대로 정서적 열등감을 채우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고 남을 억압하고 지배하려는 사람……. 이 모두가 사실 남에게 거부당하거나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서 그것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실제로 우리는 자신의 순간적인 행동 혹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사람들의 이런 모습을 보곤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끼리 만나고 결혼해서 그 고통을 확대 재생산하는 모습까지도.

  ‘나쁜 일이니까 하지 말라고 그랬지! 말 안 들으면 혼난다!’ 는 부모의 말은 아이가 그 일이 나쁘다는 것을 납득했기 때문에 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 혼나는 것이 두려워서 하지 않게 만든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별 다른 저항 없이 답습해온 정말로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모습이다. 그리고 혼나지 않으면 되기 때문에 아이는 다음부터 그 일을 부모 몰래 한다는 것도.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바로 이러한 것이 우리의 어린 시절 모습이 아니었던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이와 정반대지만, 지나치게 아이에게 헌신하는 모습 역시 상대방을 지배하려는 욕망의 또 다른 얼굴이다. 이러한 부모는 자신이 희생한 만큼의 대가를 자녀에게서 요구한다. 결국 받기만 하면서 부모의 기대에 억지로 부응하며 자란 아이 역시 그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 채 주체적인 개인으로서 자유롭게 독립하지 못한다. 흔히 생각하는 ‘마마보이’가 바로 이러한 경우다.

  위와 같은 관계들이 부모와 자녀 사이에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배우자 사이에서도, 혹은 형제, 자매 사이에서도 공격자와 방어자, 그리고 헌신을 가장한 욕심의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관계를 ‘부모의 부부관계’, ‘부모와 아이가 맺는 관계’, ‘아이가 부모와 맺는 관계’, ‘아이들끼리 맺는 관계’의 네 가지로 세분화 하여 접근한다. 가족 관계라는 것이 개개인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유기적 관계이기 때문에 만약 이중에 어느 한 관계에 문제가 생길 경우 그 관계가 나머지 다른 관계들에게도 악영향을 준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모든 가족의 불행의 근본적 원인은 제각각이다. 때문에 구성원들이 느끼는 불행의 원인도 제각각이다. ‘아버지 때문에’, ‘아내 때문에’, ‘형 때문에,’ 각자 외치는 원인이 다르고 이것이 그 가족이 불행을 제각각의 것으로 만든다. 그러나 결국은 모두가 불행하다.


4. 무관계 혹은 결핍된 관계의 문제

‘인격 형성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인격 파탄은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다.’
-페이스 볼드윈(Faith Baldwin)

  저자는 앞서 설명한 ‘잘못된 관계’로 이루어진 가족보다 더 위험한 것이 ‘관계의 부재’, ‘애정 없는 관계’ 그리고 ‘공생관계’라고 말한다. 첫째로 ‘관계의 부재’의 경우 가족의 행동이 서로에게 무관심한 것으로 보이는 관계를 의미한다. 가장 가깝고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인 가족으로부터 무관심의 대상이 되는 느낌은 결국 ‘자기 존재의 무가치함’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실제로 이러한 문제로 인해 끝내 자살을 택한 사람의 예를 통해서 ‘무관심’의 문제에 대해 경고한다.

「나를 찾아온 한 남자는 자신의 어릴 적 가족을 회상하며 ‘난 늘 우리 가족에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였다고 말했다. 그러한 ‘자기 존재의 무가치함’은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그를 괴롭혔다. 늘 자기 욕구보가 다른 사람의 욕구를 우선했다. (중략) 얼마 후 그가 자살했다는 슬픈 소식이 들려왔다. 너무나 안타까웠다. 불행한 가족에서 태어나 고통스럽게 살다가 짧은 생을 비참하게 마감한 것이다. (중략) 이들은 언제나 노력한다. 절대 자만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랑을 받을 길이 없다. 몸부림치며 도움을 청하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자기 몸을 희생하며 처절하게 외친다. “난 아무 쓸모없는 존재다.”」

  둘째로 ‘애정 없는 관계’의 경우 배려도, 지지도, 대화도, 동정도, 이해도, 공감도 없이 상대방의 정서적 행복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나, 자신이 사랑받는 소중한 존재라는 느낌을 받을 길이 전혀 없다는 것에서 관계가 부재한 가족과 매우 비슷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과 야망’ 혹은 ‘사회적 성공이나 학업 성적’ 등을 최우선으로 삼는 가정이 바로 여기에 속한다. TV 연속극에서 가끔 보이는 명문대에 대한 압력으로 똘똘 뭉친 가정을 연상한다면 옳은 답일 듯싶다. 이러한 부모들은 온갖 물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지만 정작 아이에게 있어 중요한 정서적인 배려는 하지 못한다. 알고는 있지만 하는 법도 모르고, 행동할 용기도 없다. 작가는 그 원인을 부모들이 어린 시절에 거부당했던 경험이 무의식중에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셋째로 ‘공생관계’는 쉽게 풀어 설명하면 모든 이들의 행동이나 생각이 같아야 한다는 믿음을 뜻한다. 마치 군대와 같이. 이러한 관계에 있는 가족은 자녀가 성장하고 독립해서 결혼하여 새로운 가정을 이루더라도 그 새로운 가정마저 자신들의 가정의 복제품으로 만들려고 한다. 물론 반발은 당연한 것이다. 공생하는 가족은 개성표현에 서툴다. ‘체제’의 유지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아는 언제나 자유를 꿈꾸기 때문에 정신 분열증이나 과대망상증으로 드러나기 쉽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여기에 한 마디를 더 덧붙인다. ‘이는 개체성을 드러내고, 무엇보다도 사랑을 얻으려는 심리적 발광이다.’


5. 조건 없는 사랑과 문제 해결

‘조건 없는 사랑은 아이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의 가장 깊은 갈망이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

  이러한 모든 문제의 해결에 필요한 최우선의 과제로 저자는 ‘조건 없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앞서 이야기 했던 것과 같은 ‘조건’ 때문에 빚어지는 문제들과 그로 인한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공감하는 가족으로 나아가기 위한 밑바탕이다. 조건 없이 어떤 상황에서든 서로 사랑하는 가족은 엄격할 수도 있고 완고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책임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존재와 인격을 감싸주어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잃지 않게 한다는 말은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가족’, ‘희망하고 바라는 가족’의 모습과 맞아 떨어진다. 조건 없이 사랑하기 위해 저자는 사람과 행동을 분리해서 생각하라고 이른다. 조건 없는 사랑을 어려워하는 이유 또한 사람과 행동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던가. 그렇다고 무조건 모든 행동을 받아들여주는 것이 아니라 설령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에 대해서 단호하게 이야기하고 필요한 조치를 엄중하게 취하더라도 상대방의 고유한 인격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 진정한 조건 없는 사랑이라고 한다. 그리고 문제의 해결방법이 심리적인 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며 가정 내에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갈등요소를 세분화해서 파악하고 그렇게 파악된 갈등에 대해 의사소통하고 실천에 옮기는 구체적인 해법을 설명한다. 긍정적인 가족관계를 갖기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은 다음과 같다.

「1. 언제나 정직하고 진실한 태도로 대하라.」

「2.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미리 판단하거나 눈치 보지 말고 상대방에 대한 사랑,

격려, 지지, 믿음을 보여라.」

「3. 가장 좋은 사랑의 실천은 상대방을 진심으로 주목하는 것이다.」

「4. 사람을 대할 때마다 자기 마음속에 어떤 조건을 달고 있는지, 숨은 동기는 없는지 스스로 점검하라.」

「5. 상투적인 말로 상대방을 띄우려고 하지 마라.」

「6. 진실한 칭찬, 긍정 격려는 사랑을 전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7. 가족 개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를 중점적으로 긍정하고, 칭찬하고, 격려하라.」

「8. 긍정과 칭찬을 구별하라.」

  이러한 심리적인 접근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저자는 욕구충족을 위한 표현 및 배려, 감정표현을 통한 의사소통의 문제 해결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개개인의 가족 구성원이 원하는 바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서 보다 자세하게 이야기한다. 부모로서, 아이로서, 부부로서, 형제로서, 서로가 상대방에게 원하는 것들이 있고 이것을 파악하지 못하면 이해하는 것 또한 어렵기 때문이다. 서로가 상대방의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의 욕구를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이것은 감정 표현 및 의사소통의 문제와도 직결되는 것이다.

「서구의 이분법 문화는 인간의 자연스런 감정을 긍정과 부정으로 편을 갈라놓음으로써 건강한 인간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상당 부분 봉쇄해버렸다. 간단히 말해서 사랑, 믿음, 기쁨, 열정, 낙관 등은 ‘좋은 감정’이고 공포, 분노, 우울증, 죄책감, 원망 등은 ‘나쁜 감정’이다. 나쁘다고 생각하는 감정을 사람들이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중략) 하지만 나는 모든 감정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감정도 나쁘거나 비정상적인 것은 없다. 어떤 감정이든 개인의 내면상태를 분명히 드러내는 표현일 뿐이다. 따라서 나는 좋은 감정, 나쁜 감정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나는 평온한 감정을 긍정적 감정으로, 위급한 감정을 부정적 감정으로 분류한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 부모가 감정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가족 내에서 감정 표현과 그에 대한 반응의 수준이 달라진다.」

  감정의 표현이야 말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의 방법이다. 그리고 그 감정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욱 더 강한 욕구를 표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의 표현을 이분법적인 사고로 인해 억제함으로써 자연히 욕구의 표현 또한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앞서 얘기했듯이 행동과 사람을 구별해서 받아들일 줄 안다면 그 사람의 감정 표현 역시 그 사람에 대한 사랑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섣부르게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상대방을 화나게 하고 그로 인해 상대방이 나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인해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감정을 아무렇게나 표현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따라서 표현하는 사람으로서는 자신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감정을 ‘조절’할 필요가 있으며 받아들이는 사람 역시 순간적인 감정적 행동으로 상대에게 섣불리 편견을 가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만약에 앞서 말한 욕구의 표현도, 그리고 이와 같은 감정의 표현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가족이라면 의사소통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상대를 부정적인 사람으로 단정해 버리는 판단소통이나 상대방을 지배하려고 하는 이의 표현 방식인 통제소통, 그 외에도 잔소리와 순응, 정신적 충격을 발설하지 않고 이상한 행동을 통해 표현하는 비밀소통 등의 여러 가지 부정적인 의사소통의 패턴과 분석을 통해서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주고받는 의사소통 안에 담긴 문제점들을 읽는 이로 하여금 깨닫게 한다. 그리고 건강한 가족의 의사소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답을 내려준다.


6. 우리가 갖추어야 할 것들

‘가족 내에서 누가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가족의 행복은 크게 달라진다. 가족이 짊어져야 할 책임 중에는 본질적인 것이 있는데, 그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가족이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책임들이 몇 번이고 되풀이되어 논의되고 해결되어야 한다.’

  전통적 가족에서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역할이 구분되어 있었다. 자원을 제공하고 가족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아버지의 몫이고 아이를 키우고 가족들을 뒷받침하는 것은 어머니의 몫이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경계선이 허물어져버렸다. 남편 혼자서 가족을 부양하는 집 보다 부부가 함께 맞벌이를 하는 집이 늘어났고 따라서 시간분배나 역할 분배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사람들의 인식에 전통적 가족에 대한 고정관념이 자리 잡고 있어서 변화된 가족 내에서 자신의 책임을 배우자에게 떠넘기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가정을 이끌어가면서 자신이 하지 않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 배우자가 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부부관계에 있어서 악영향으로 작용함은 물론이고 만약에 배우자마저 하고 있지 않다면 머지않아 가족 전체에 심각한 피해를 주게 될 것이다. 이것은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건강한 책임의식의 요구다.

「한 인간의 자아에 대한 인식은 그 인간의 개체성과 독립성을 결정짓는 핵심요소다. 자기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가족에서 자란 사람은 자신의 고유성과 개체성에 대한 인식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집안의 가풍이 변하지 않는 한 이들은 평생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숨기고 살아야 한다. 건강한 가족의 긍정적인 결과중 하나는 가족 개개인의 개체성과 자아의식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을 알기 위해서는 자신의 위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무엇인지 알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족 내에서의 조건 없는 사랑을 통한 보살핌은 물론이고 가족 안에서부터 배우자가, 그리고 아이가 고유한 사회적 존재임을 인정하고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남과 비교하거나 개개인이 가진 욕구를 한 두 마디 말로 폄훼하는 일은 자아 확립의 명백한 적이다. 그런 공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 자아를 만들어내는 동안 사람의 주체성과 독립성은 자연히 약해질 수밖에 없다. 자력(自力)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 자신의 책임을 스스로 해결하려 할리 만무하다. 그리고 이것은 가족 안에서 끝나지 않고 각 구성원이 더 큰 사회 속에서 하는 생각과 행동의 모든 것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7. 사회에서의 의의와 한계점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대학 8조목(大學 八條目)

  초원이나 설원을 이동하는 동물들과 달리 사람은 무리지어 새끼를 낳아 기르지 않고 한 쌍의 부부를 통하여 가족을 구성하며 살아간다. 당연하게도 그것은 사회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세분화하였을 때 만들어지는 최소규모의 기초 집단이 가족이기 때문에 가족에게는 그만큼의 책임이 부여된다. 그 책임은 자녀를 낳아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회 안에서 부모가 가지는 의무다. 동물의 군락처럼 우두머리가 대신 맡아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 책의 내용을 통틀어서 저자가 부모에게 요구하는 것은 간단히 말하면 결국 아이를 키우기 이전에 자신의 인간성을 확립하라는 것이다. 앞서서 꾸준히 반복된 설명들은 그것의 구체적인 형태 제시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대학(大學)의 8조목에 등장하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수신(修身)’을 떠올리게 한다. 이 구절의 핵심은 다름 아닌 ‘수신’으로, 이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한다.’ 는 뜻이다. 가족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면 그 집안은 평안할 것이고, 그렇게 집안이 평안할 때 나라가 평안할 것이고, 나라가 평안할 때 곧 온 천하가 평안하리라는 뜻이니 이는 곧 사회의 기틀이 되는 가족을 구성하는 주체들이 바른 인성과 자아를 확립하여야 한다(修身)는 의미가 된다. 나라와 시대만 다를 뿐 저자의 말과 대학에 담겨진 의미에 통함이 있다는 점에서 진리의 동질성을 엿보게도 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비단 가족에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다. 가족이라는 것이 사람이 접하는 하나의 극단적으로 친밀한 형태의 소(小)사회임을 짐작해보면 가족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은 가족보다는 먼 관계, 즉 사회의 다른 집단 내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문제다. 특히 ‘조건 없는 관계’로 유지되어야 하는 가족과 달리 이윤의 창출이라는 조건 아래에 만들어진 집단인 기업의 테두리 안에서라면 부모가 자녀에게 미치는 만큼의 절대적인 영향력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가족에 뿌리를 둔 사내 구성원 개인의 문제들로 인해 조직의 협력과 목표지향은 충분히 위협받을 수 있다. 자기 안의 문제를 부하직원들에게 푸는 공격적인 상사, 혹은 자신감 없이 끌려 다니는 의사결정자, 자신의 발전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는 회사원,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나 무미건조한 환경 속에서 느끼는 자아의 상실감, 사내 무관심. 그리고 붕괴되는 대인관계와 협력구조. 이와 같은 문제들은 이미 기업들이 수차례 겪고 있으면서도 완전히 끊어내지 못하는 고질적이며 본질적인 문제들이다. 또한 가족 사이에서 생겨날 수 있는 관계의 문제들은 가족과 같이 밀접한 관계인 직속상사와 부하, 혹은 항상 마주하는 동료들 사이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문제다. 이러한 문제들의 뿌리가 조직만이 아닌 구성원 개개인의 의식에 있고, 그 의식을 형성하는 가족에도 있기 때문에 기업 한 곳의 노력만으로 완전히 근절될 수는 없다. 거미줄보다도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간관계이기에 하나의 관계 속에서 생겨난 문제가 다른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가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분명 문제는 기업에서 끝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이 책은 많은 도움을 준다. 특히 전반에 걸쳐있는 문제에 대한 분석과 설명은 읽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도 모르게 갖고 있던 문제가 어떤 것이고 그것이 무엇에 영향을 받았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스스로가 모르고 있던 자기의 모습을 깨닫는 것이 주는 효과는 상상외로 크다. 그리고 그러한 자각이 곧 문제의 해결을 실천에 옮기게 하는 동기가 된다.

  그러나 책으로서의 한계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대부분 가족 문제의 뿌리는 개개인의 심리적인 부분에 자리 잡고 있으며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 또한 심리적인 변화와 장기간의 꾸준한 노력을 동반한다. 그것은 책을 읽고 동기를 얻는 것만으로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후반부에서 다뤄지는 해결방법들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추상적인 것들이 많아서 납득하기는 쉬워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쉽지 않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공격적인 말을 삼가고 다정한 말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 말을 해야 하는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그러한 실천이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만이 오랜 기간 변함없이 유지될 수 있고 성과도 나오는 법이다. 때문에 이 책은 문제의 정도에 따라서 볼 때, 가벼운 정도의 일반적인 가정의 경우에는 직접적인 개선책이 될 수 있지만 정작 이 책을 필요로 하는 문제가 심각한 가정의 경우에는 ‘우물가로 이끌어주는’ 혹은 ‘우물의 방향이 어느 곳인지 가르쳐주는’ 정도의 역할 밖에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그러한 가정들은 설령 이 책을 접했다고 할지라도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전문가들의 직접적인 상담과 도움이 있어야 할 것이다. 심각한 수준의 심리적인 문제는 결코 스스로의 힘으로 치유할 수 없는 까닭이다. 그리고 책의 초점이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내용에 치우쳐 있어서 상대적으로 문제를 겪고 있는 아이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되는 내용이 적고, 그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점 또한 책의 활용성에 있어서 아쉬운 대목이다.


8. 맺으며

  어느 집이나 거실 혹은 안방에 들어가면 문 맞은편 벽에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모여서 찍은 가족사진이 한 장씩은 걸려있다. 사진 속에 보이는 가족들의 웃는 얼굴은 즐겁고 화기애애한 가족의 분위기가 묻어나온 것일 수도 있고, 사진사에 의해 얼굴의 각도, 시선의 방향, 입모양와 입 꼬리의 위치 등을 하나씩 하나씩 교정 받으며 억지로 만들어진 웃음일 수도 있다. 그 중에 어떤 것이 진실일 지는 그 사진을 찍은 가족 밖에는 알 도리가 없다. 다만 화기애애한 가정의 가족사진이 훨씬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나는 믿고 싶다.

  이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나 또한 많은 자각을 얻었다. 나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항상 바깥에 출장을 나가계시는 아버지 덕택에 홀로 계시는 어머니 밑에서 자랄 수밖에 없었고 때문에 나의 성정에는 어머니의 냄새가 짙게 배어있다. 어머니는 혼자서도 바르고 균형 잡힌 생각을 하시는 분이어서 어린 시절 나에게 있어서 ‘무엇이 바른 것인가.’ 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와 같은 구체적인 행동지침의 본보기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출장을 그만 다니시고 아버지와 함께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나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자수성가한 아버지의 성격을 견디는 것이 쉽지 않아서 작은 마찰이 빈번히 일어나곤 하였다. 앞서 설명한 방어적인 모습이나 공격적인 모습 모두 나 자신이 어린 시절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거쳐 온 모습들이다. 성장한 이후에는 그러한 문제들을 스스로 극복하였다고 믿고 있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문제들의 잔재가 아직도 무의식중에 남아서 현재 내가 접하고 있는 수많은 인간관계에 나타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하는 말’ ‘왠지 모르게 하는 행동’은 그런 무의식이 작용한 결과들이었다. 그리고 덕분에 나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지를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을 통해 얻어진 값진 소득이라고 하겠다. 이해 불가능한 것들을 이해하게 되면서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게 된다. 때문에 이 책을 통한 경험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소박한 기대 또한 품어본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하고, 그 문제를 직접 마주볼 수 있는 눈을 준다는 것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있어서 그 어려움을 마주보는 기회를 얻는 것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생각해보면 저자의 말처럼 힘겨워하는 부모들, 결혼을 앞둔 연인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청년들, 스스로 사회에 독립하고 가족뿐만 아니라 기업과 기타 사회조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새로운 관계 형성을 앞두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책장을 넘겨가면서 혼란 속에서 잊기 쉬운 자아의 정체성을 세울 수 있음은 물론이고, 새로운 관계와 함께 다가올 충격에 대비하여 그로 인한 문제들을 예방할 수 있는 작지만 유용한 조언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실천을 강조하고 싶다. 알면서 행하지 않는 지식은 모르는 것과 같으니. 생각과 실천으로 언젠가 벽에 걸릴 읽는 이들의 가족사진이 항상 행복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로 환하기를 기원한다.